이집트 혁명에서도 SNS의 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만 명이 참가한 첫 시위는 한 청년단체가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를 제안하여 성사됐다. SNS로 참여의사를 밝힌 사람만 8만 5,00여 명에 달했다. 시위 전개과정에서는 SNS를 통해 집회장소는 물론 경찰의 검거를 피하는 법과 최루탄 대응요령까지 퍼졌다. 민주화시위 과정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인터넷 업체 구글(Google)의 중동․북아프리카 마케팅 매니저 와엘 고님(Wael Ghonim)이 익명으로 운영하던 페이스북 페이지도 시위의 또 다른 기폭제로 꼽힌다. 그는 작년 6월 경찰의 마약거래 동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게 폭행당해 숨진 29세의 청년 사업가 칼레드 사이드(Khaled Said, 1982~2010)의 이름을 따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는데 고님이 신분을 숨긴 채 운영한 이 페이지는 47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반정부운동의 거점노릇을 했다. 또한 이집트 경찰이 비무장 상태의 시위대에게 총을 쏘는 동영상, 경찰이 시민들을 고문하는 장면, 정체불명의 차량이 카이로(Cairo) 시내의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동영상 등도 인터넷과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이들 영상이 국제사회로부터 이집트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 시위대에 대한 동정여론을 끌어내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http://www.flickr.com/photos/generationbass/5436445319 CC BY.)
이처럼 SNS가 정치변혁의 물꼬를 튼 국가들은 언론이 통제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SNS는 통제된 언론환경에 균열을 내고 감춰진 진실과 억눌려 있던 의견을 전파하는 ‘대안언론’의 역할을 한 것이다. 평화적 시민혁명에 꽃과 같은 부드러운 이미지의 별명을 붙여온 관례에 따라 명명되었던 재스민 혁명이란 이름 또한 ‘트위터 혁명’에 자리를 내주었다. 한편 혁명의 불꽃이 2주 뒤 이집트로 옮겨 붙으면서는 그 이름 또한 수명을 다하고 마는데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힘이 30년 무바라크(H. Mubarak)의 독재를 무너뜨렸다며 ‘SNS 혁명’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것이다.
휴대전화로 현장에서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즉시 다양한 미디어로 전송할 수 있는 트위터, 유투브(You Tube), 블로그(blog) 같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이집트, 튀니지의 민주화시위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장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급속히 전달되고 또다시 즉각적인 행동이나 대답을 이끌어내는 소셜 미디어의 즉응성(卽應性)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는 소셜 미디어가 스마트폰,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기술발전과 어우러져 만든 결과다. SNS 자체가 어떤 사회변동을 일으킨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사회의 특정국면과 맞물리면 강력한 매체가 된다. 과거에는 매스 미디어(mass media)가 이러한 매체로서 변동을 일으키는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는 제한된 소수만이 접근할 수 있었고, 더구나 시민들이 매스 미디어를 통해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술과 사회, 사회와 기술의 관계
왜 혁명은 트윗(twit)되지 않는가. 유명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지난해 10월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에 기고한 글에서 SNS 혁명론에 거품이 있다며 이와 같은 제목을 달았다. 요약하면 관계의 고리가 약한 SNS 자체가 혁명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집트의 SNS 혁명과 비교되곤 하는 1987년 한국의 6월 항쟁에는 트위터나 SNS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없었다. 카이로와 서울의 공통점이라면 군사독재에 대한 염증과 민주화에 대한 갈망이 폭발적으로 분출했고, 혁명의 분화구가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SNS에 홀려 간과하고 있는 광장이 그것이다. 광장에 모인 ‘행동하는 시민’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이다.
소셜 미디어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그 근본적 이면에 숨어있는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TED기술, 오락, 디자인 관련 강연회를 개최하는 미국의 비영리재단를 통해 자주 만날 수 있는 클레이 셔키(Clay Shirky) 2의 <어떻게 소셜 미디어는 역사를 만들어 내는가How social media can make history>란 강연을 보면 소셜 미디어가 아닌 사회적 현상과 이에 작용하는 소셜 미디어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사회현상과 혁신을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이 보편화되어 사람들이 이를 당연시 여길 때 본격적인 혁신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다. 기술이 아닌 사람들이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고 기술은 이를 밑받침하는 큰 틀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도 기술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인 관심이 모일 때 기술의 활용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6억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2억 명의 트위터리안(Twitterian). 모든 것을 흡수하는 SNS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 또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 아닐까. 페이스북 가입자가 6억 명이어서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 설립초기만 하더라도 이용자들의 대부분은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이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트위터를 사용하고 때문에 마이스페이스는 점점 잊히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지금의 성공으로 걸어올 수 있었던 원인 속에는 결국 사람과 사회가 있다.
소위 혁명이라 이름붙일 수 있었던 것 역시 해당시기 정부와 최고 권력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지식인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사회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과거와 달리 우리가 쓸 수 있는 인쇄매체와 통신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무수한 피를 흘린 역사적 현장을 만들어냈다. 보다 민주적인 가치와 모두가 평등한 사회적 진실을 공통분모화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뜻을 모으게 된 것이다.
소셜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것은 집단과 집단 혹은 조직과 조직이, 나아가 개인과 조직, 개인과 개인에게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어 이슈를 공유하고 그 속에서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해 각자가 생각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란 바로 이러한 현상을 좀 더 진화, 발전한 기술에 접목시킨 사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리안클릭 자료 '11, 03>
우리의 소셜 미디어와 정치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트위터와 같은 SNS 이용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레 한국사회에서도 소셜 미디어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 경제, 문화전반에 걸쳐 소셜 미디어와 연관된 논의들이 진행 중인데 다만 정치의 영역에서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더디다고 할까. 정치영역을 정부, 정당, 시민사회로 행위자 중심으로 구분한다면 이미 시민사회에서의 소셜 미디어 정치는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고 정부와 정당도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경제적, 문화적 접근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정치에는 책임이 부가되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의도 정치’가 소셜 미디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은 하드웨어적인 접근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발전된 기술이나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해서 사람 자체가 스마트해지거나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술을 사용하기 이전에 진정성이 담긴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현실정치인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싶다.
정보사회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의 시대(Informing Age)에서 커뮤니티가 유행하던 모임의 시대(Community Age), 그리고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는 연결의 시대(Network Age)로 변화하는 세 가지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실제국가와 시대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지금은 정보습득과 모임의 활성화만큼이나 서로간의 연결이 중요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흔히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J. Habermas)의 개념을 인용해 온라인 공간을 공론장(public sphere)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버마스의 공론장은 이성적인 시민, 근대시민을 염두에 둔 인용 같다. 오히려 지금의 소셜 미디어로 대두되는 온라인 공간은 ‘옛 장터’로서의 개념이 더 적합하다. 물건을 팔고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중매나 싸움도 일어나는 종합적인 생활공간이라고 할까. 단지 과거의 장터처럼 3일장, 5일장이 아닌 초 단위로 움직인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소통이란 말은 정부가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즉 공급자의 시각이 강하게 내재된 것인데 정보사회에 대한 접근에서 공급자를 중심으로 시민과 잘 소통해야 한다는 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은 아주 오랫동안 온라인 공간을 평가하고 접근하는 데 사용된 시각이다. 그러나 이제는 역으로 수요자인 시민을 중심으로 정부나 정당이 잘 반응해야 한다는 측면이 더 부각돼야 한다. 이미 다른 국가의 성공한 소셜 미디어 활용사례에서는 시민이 주인이라는 점이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결국 SNS 공간에서는 거짓이나 과장이 없이 정확하고 솔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론 및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기성언론들도 트위터에서 나오는 내용과 반응을 살피고 있다. 총선과 대선과정을 거치며 SNS를 통한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한다면 좋은 정책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오류를 바로잡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글은 플랫폼 기고 한 글입니다.
- 튀니지 혁명(아랍어: الثورة التونسية)은 2010년부터 2011년에 걸쳐 튀니지에서 일어난 혁명이다. 튀니지의 국화 재스민에 빗대어,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으로도 불린다. 혁명의 결과로 1987년부터 튀니지를 집권한 벤 알리(Z. E. Ben Ali) 대통령이 23년 만에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본문으로]
- Clay Shirky (born 1964) is an American writer, consultant and teacher on the social and economic effects of Internet technologies. He has a joint appointment at New York University (NYU) as a Distinguished Writer in Residence at the Arthur L. Carter Journalism Institute and Assistant Arts Professor in the New Media focused graduate Interactive Telecommunications Program (ITP). His courses address, among other things, the interrelated effects of the topology of social networks and technological networks, how our networks shape culture and vice-vers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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