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차이나드림]Ⅱ-2. 제값 못받는 中 대학졸업장
[경향신문 2007-01-19 17:30:09] |
지난해 7월 중국 최고의 명문대인 베이징(北京)대학을 졸업한 김모군(28)은 하루하루가 초조하기만 하다. 전공이 인문학이어서 그런지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대학에 유학온 우리나라 학생 가운데 일부만이 ‘정식’ 졸업장을 딴다. 졸업 시험이나 논문이 통과되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은 학사 학위증이 아니라 수료증을 받고 대학문을 나선다. 우리 유학생들이 얼마나 정식 졸업장을 받는지는 알기 어렵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이기도 하고, 학교측서 공식적인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유학생의 20~30%가 정식 졸업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중국의 대학 입학은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중국 학생들과 직접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주로 한국 유학생들끼리 일정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이다. 입학 문은 넓지만 ‘정식’ 졸업의 문은 좁다. 일정한 학점을 모두 따고, 졸업 시험과 졸업 논문을 통과해야 한다. 베이징 대학 등 일부 명문대학은 60점 이하 과락을 당한 과목을 2학기 거푸 학점을 따지 못하면 자동 퇴학시키는 규정을 적용하기도 한다. 한국 유학생들이 4년 만에 졸업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외국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대외한어과(對外漢語科) 등 일부 과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뛰어난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듣고, 학점을 따야 하기 때문이다. 5년 또는 6년 이상 유급을 하면서 졸업장을 따기 위해 힘든 노력을 해야 한다.
유학생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고 해도 훨씬 낮은 임금을 받는 조선족 동포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것이 대기업의 판단이다. 중국 대학을 졸업한 우리 유학생이 중국의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취업하기는 더 어렵다. 중국어 실력이나 영어 실력 등이 이들 기업에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은 명문대를 나온 중국인조차 살인적인 취업난으로 대기업 취직이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일부 유학생 출신을 채용하지만 월급은 현지인과 비슷한 수준인 4000위안(약 48만원)~5000위안(60만원)에 불과하다. 베이징대학에서 국제관계학원(외교학과)을 졸업한 윤모씨(30)는 한국에 돌아가 대기업에 취직하려 했으나 결국에는 중소 무역업체에 취직해 현재 톈진(天津)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중국에서 힘들게 유학생활을 한 것에 비하면 대가는 초라하지만 그나마 일반 중소기업보다 많은 1만위안(120만원)의 월급을 받는 데 만족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들은 군대를 마치고 온 경우 27~28세.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한 뒤 귀국길에 올라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면 대부분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도로 중국으로 돌아온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유학생 일부는 과거 대학 생활을 했던 대학가 부근에 터전을 잡고 식당 등 자영업에 투신한다. 부모가 준 목돈을 들고 와 마음에 맞는 친구 2, 3명과 동업을 하는 형식이다. 일자리를 잡지 못한 유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창업하는 업종은 큰 돈 없이도 가능한 부동산 중개업이나 과거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유학원이나 입시학원 등이다.
중국의 한 고교에서 우리 유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임모 교사(37)는 “우리 유학생들의 취업이 신통찮은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의 교육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학교가 한국 학생들이 내는 학비에만 관심이 있지, 인재로 키우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임교사의 지적이다. 중국의 교육 제도가 미국처럼 외국 유학생을 담당하는 전문 교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만처럼 체계적인 교육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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